주제 : 서울가자!!!

엄마랑 아빠랑 아빠 회사 때문에 서울에 갔다. 그런데 거기서 해고는 살인이다는 피켓을 들고 있으니 아저씨들이(기자분들) 와서 찍어가셨다. 제발 여러분 저희 아빠를 도와주세요. 제가 이 일기를 쓰면서 눈물이 나네요. 공권력이 언제 들어올지 몰라 아빠 회사에서 아저씨 차타고 학교에 가요.
아빠들도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어요. 아빠 회사 때문에 엄마가 하루종일 거기 가 계셔서 아침도 허술하게 먹고 감기까지 걸려 누워있어요. 은0도 집회하느라고 열이나 지난번에 조퇴를 한 거구요. 은혜네 아줌마는 거기 하루종일 가 계시지는 않아요.
여러분 경찰들이 집회하는 모습을 보며 “불법입니다. 나가십시오” 그러는데 사람을 죽이고 2646명을 길거리로 내보내는 것은 불법인가요??? 전 궁금합니다.
해고는 살인이다! 정리해고 박살내자.
70m 굴뚝에 계신 3분 힘내세요.

아빠가 쌍용차에서 정리해고된 초등학교 3학년 세민이 일기다.

6월13일은 세민이가 엄마, 아빠와 함께 덕수궁 대한문을 출발해 청와대까지 인도로 삼보일배하겠다며 서울에 간 날이다. 쌍용차 해고자들과 가족들은 공적자금 투입과 공권력 투입철회 등을 요구하는 편지글과 대통령 면담요청서를 청와대 민원실에 제출하려 했지만 경찰은 삼보일배 막았었다.

10살 세민이 일기장에는 정리해고된 노동자 가족의 현실이 묻어난다. 부모를 따라 피켓을 들고 기자들의 사진 세례에 해고된 “우리 아빠를 도와달라” 호소한다. 아빠회사에서 아저씨 차 다고 학교에 가고 가족대책위 활동을 하는 엄마는 아침도 허술하게 먹고 감기에 걸렸다고 걱정한다. 또 ‘은0’라는 친구는 집회에 갔다가 열이 나 조퇴했다고 한다.

그리고 세민이는 쌍용차가 길거리로 내 몬 노동자의 수가 무려 2646명이라는 것을, 굴뚝의 높이는 70m이고 ‘세분의 아저씨’가 올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무엇인 옳은지 궁금해한다.

쌍용자동차에 근무하는 세민이 아빠는 정리해고 통보서가 담긴 노란봉투를 받았고, 가족대책위 활동을 하는 엄마는 매일같이 정리해고-분사철회, 공적자금 투입으로 쌍용차를 회생할 수 있다며 평택에서 서울까지 발로 뛰느라 바쁘다.

어린 마음에도 그런 엄마, 아빠가 안쓰러웠는지 세민이는 평택공장에 빠지지 않고 왔다. 아빠 손을 잡고 촛불문화제에 참석했고, 엄마, 아빠가 바쁘면 때 부리지 않고 아빠의 파업 농성장에서 잠을 청했다.


그러나 세민이가 바라는 것은 아빠, 엄마와 집에서 같이 저녁을 먹고, 숙제를 하고, ‘아저씨’ 차가 아닌 아빠 차를 타고 학교 가는 일이 아닐까?

세민이 엄마 권00 씨는 아이 일기를 본 학교 선생님이 “아빠가 쌍용자동차에 다니는 사람?”하고 물으니 38명 중 무려 10명의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전했다. 세민이가 엄마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재잘거린 것이다.

선생님이 다시 “요새 아빠가 힘들어하시는 사람?”하고 물으니 10명의 아이 중 3명의 아이가 손을 들었단다. 세민이, 은0, 찬0이…. 모두 해고 통지서를 받은 노동자의 자녀들이었다.

권씨는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이럴 때일수록 부모님 말씀 잘 들으라고 했대요.”라며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선생님도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쉽게 가르쳐주지 못하는 말이 바로 ‘정리해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