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대추리 주민들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아픔에 함께합니다.
쫓겨나는 아픔은 대추리 주민들로 끝나야합니다!
대추리주민들은 지금은 마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이 파괴된 그곳 대추리에서 수십년간을 살아왔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미군기지확장을 위해 지금 살고 있는 고향에서 떠나라는 정부의 계획에 맞서 4년간 쉼없이 싸웠습니다.
“농사지으며 자자손손 고향땅에서 살고싶다”는 농부들의 소박한 소망마져 공권력과 중장비를 동원하여 짓밟았고 급기야 2006년 5월 4일 새벽 수천명의 군대와 경찰을 동원하여 대추리에 철조망을 치고 고립무원의 섬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정부는 미군기지확장계획을 발표한 후 “협의하고 떠난다면 제대로된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않고 강제수용될 경우 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거짓 협박으로 주민들을 현혹시켰습니다. 결국 많은 주민들은 정든 고향을 떠났고, 떠난 주민들과 남은 주민들사이엔 아직까지도 치유할 수 없는 거대한 감정의 골이 패여있습니다. 이 모두 국책사업이라는 미명아래 정부가 저지른 범죄행위입니다.
고향땅에서 쫓겨난 우리들은 고향땅을 떠나 지금의 임시거주지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창 농작물을 키우느라 논이며 들이며 바삐 뛰어다녀야할 주민들은 콘크리트 상자에 갇혀 공공근로와 봉투작업을 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습니다.
마치 막대한 보상금을 받아 억대부자가 되었다며 정부와 언론은 호도하였지만 실제 대추리주민들의 삶은 피폐하고 막막할뿐입니다.
쌍용자동차 공동관리인들이 진정 회사를 정상화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고통분담을 해서라도 나의 가족의 생명줄인 이 직장만큼은 빼앗지 말라며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 요구를 하고있습니다.
우리는 쌍용자동차노동조합이 제시하고 있는 ‘일자리나누기를 통한 회사정상화방안’이 지극히 상식적이며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정리해고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교섭도 할 수 없다는 공동관리인의 우격다짐을 보면 그들이 과연 회사를 정상화할 생각이 있는것인지 의문스럽기까지 합니다.
정부와 회사는 평택시민들의 여론이 노동조합에 우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잘 살펴보아야합니다.
고향땅에서 떠나라는 데 가만히 있을 농부가, 평생을 기름밥먹어가며 일해왔는데 회사가 어렵다고 나가라하데 가만히 있을 노동자가 어디 있습니까?
어떠한 일이 있어도 공권력투입은 안됩니다.
우리주민들은 5월4일 공권력투입과 이에 저항하는 주민과 평화운동가들 사이에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처참한 장면들을 목격해야했습니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연행되고 부상당하는 아픔을 겪어야했습니다.
생계대책을 마련해달라며 고공망루에 올라갔던 철거민들이 경찰의 강제진압 과정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묵도하였듯이 공권력을 통한 진압은 얼마나 많은 희생자와 살아남은 이들에게 치유될 수 없는 아픔을 남겨주는지 똑똑히 경험하였습니다.
다시는 이런 아픔이 재발되어서는 안됩니다. 이 아픔은 대추리주민들로 끝나야합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공권력으로의 제압이 아닌 평화적인 대화로 풀어나가라는 것이 우리 주민들뿐만이 아닌 평택시민들의 뜻입니다.
우리는 공권력으로 정상화 된 피묻은 쌍용자동차의 모습을 원하지 않습니다.
아무쪼록 쌍용자동차문제가 해결되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 자녀들에게 행복한 웃음을 돌려줄 그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합니다.
2009년 6월 6일
평화마을 대추리 주민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