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 우리는 이긴다!

지지성명

 
작성일 : 09-05-30 12:26
[사노련] 쌍용차 점거파업이 평조합원들의 자발성과 역동성을 끌어내다!
 글쓴이 : 공투본
조회 : 1,008  
쌍용차 점거파업이 평조합원들의 자발성과 역동성을 끌어내다!

(굴뚝 농성장 밑에서 평조합원들이 삭발식을 하고 있다. 아래로부터 자발성을 틔워준 전면적 공장점거파업. 사진:쌍용자동차지부)

 

쌍용차 점거파업이 평조합원들의 자발성과 역동성을 끌어내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임금체불·생활비 걱정에, 정리해고 문제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다 23일 뇌출혈로 쓰러진 쌍용차 엄인섭 조합원이 27일 오전 끝내 운명을 달리한 것이다. “정리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구호처럼 정리해고가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늦은 타이밍
 
8일부터 18일까지 1차 희망퇴직이 공고됐다. 초반에는 큰 흔들림 없이 진행됐지만 마지막 날인 18일에 현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관리자들이 자의적으로 만든 가짜 명단으로 “당신이 명단에 있으니 위로금 받고 나가는 게 좋지 않겠냐”는 회유·협박을 하자, 하루 만에 수백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이다.
 
그때까지도 전면파업은 실행되지 않았다. 아직 조건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전면전이 유보되는 동안 사측은 1차 희망퇴직 시한을 21일로 연장하고, 급기야 25일까지 2차 희망퇴직 시한을 공고했다. 2차 희망퇴직이 공고된 바로 그 시점에서야 쌍용차지부는 21일 전면파업을 공표하고 22일부터 공장점거파업에 돌입했다.

아래로부터 역동적 자발성으로 사수되는 공장점거파업!
 
“너무 늦어버린 게 아닐까?” 21일 파업돌입 선언 후 22일 오후 1시까지 장기농성 채비를 갖춰 집결하라며 조합원들이 24시간 공장을 비운 동안, 아니 심지어 22일 오후 3시로 예정된 금속노조 전 간부 집결 집회가 시작되는 순간까지 “과연 몇이나 모일까”를 우려해야 했다. 사측에게 회유할 시간을 24시간 더 준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가능성으로만 남아있던 평범한 조합원들의 아래로부터 자발성과 역동성이 장막을 걷어내고 역사의 무대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22일 첫날 창원·정비지회를 합해 1천이 안 되는 대오로 출발한 점거파업은 23일과 24일을 거치면서 1,200과 1,600을 넘어서기 시작해 꾸준히 늘어났다.
 
상집간부·선봉대만의 투쟁이 아니라 조합원 스스로 관리자들에게 항의투쟁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확 트인 전면파업, 그리고 공장을 노동자의 힘으로 장악한 상태가 바로 아래로부터 평범한 조합원들의 직접행동을 가능하게 해준 것이다. 25일에는 뇌출혈로 쓰러진 엄인섭 조합원이 있는 부서인 조립4부 평조합원들 4명이 자발적으로 삭발식을 거행했다. 이 흐름은 다음날(25일) 차체2부 파업참여 전 조합원 20여명이 굴뚝농성장 밑에서 전원 삭발식을 갖는 것으로 이어졌다.
 
대표자들의 발언과 문화공연으로만 채워졌던 촛불문화제에서도 25일과 26일에는 평조합원들이 주인공으로 올라섰다. 정년퇴직을 2년 앞둔 선배조합원, 파업 돌입일에 첫 아들을 본 조합원이 무대로 올라 “회유·협박에 굴하지 말고 노조지침을 끝까지 믿고 따르자”는 연설이 있었다. 그 어떤 대표자들의 격식 있는 발언보다 훨씬 호소력 있는 ‘모범선동가’들이었다.
 
조합지침보다 조금 늦게 올라왔지만 “그동안 배신자처럼 살아왔지만 이번에는 그 허울을 벗기 위해 올라왔다. 동지들 너무 죄송하다”는 창원지회 조합원들의 발언에, 파업조합원 전원이 그들의 늦은 복귀를 너그러이 박수로 받아들였다. 공장을 점거한 파업조합원들은 현장만을 장악한 것이 아니라 조직의 민주적 운영원리도 서서히 장악해가고 있다.

점거파업의 힘을 더 키우기 위해
 
27일 사측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정리해고 명단을 논의했다. 이제 파업대오 내부를 분열시키기 위해 악랄한 회유·협박이 다시 자행될 것이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가족들의 자발적인 동참도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쌍용차 점거파업은 몇 가지 약점을 극복해야만 파업투쟁의 위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여전히 소수에 머물러 있는 선봉대·실천단을 확대하는 것이다. 아직 파업대오 전체의 규율이 확고하게 서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 구보와 함께 각 거점을 돌며 “오늘 하루도 힘찬 파업투쟁을 이어가자”는 순회선동을 기본으로, 단순히 물리적인 사수대가 아니라 정신적 측면에서도 전체 파업대오를 선두에서 이끄는 역할을 수행한다면 확대가 가능할 것이다.
 
다음으로 파업조합원을 분임조로 편성하여 스스로 조장을 선출함으로써, 파업투쟁을 스스로 책임지는 대중의 권력기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일상 시기와 달리 지금의 폭풍 같은 시기에는 평상시의 의결기구와 달리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며, 그것은 향후 노동자 평의회로 발전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확 트인 점거파업이란 전망 하에서 투쟁에 돌입한 평범한 노동자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질서와 권력은, 기존의 의결·집행기관이 가진 힘보다 몇 배, 몇 십 배의 위력을 보여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국적 투쟁전선과 보조와 호흡을 맞추며 동반 상승을 조직해내는 것이다. 총파업을 조직해야 마땅할 시점에 조문단이나 보내는 상층 관료들이 아니라, 지금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 투쟁사업장들과의 굳건한 연대를 조직하자! 공황기 초입부에 노동자투쟁이 주변부에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쌍용차 점거파업을 공장을 넘어 확장·확산시키는 것이야말로 이명박과 자본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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