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2,646명 정리해고 신고서를 노동부에 내기 하루 전인 7일 쌍용자동차 평택·창원 공장 조합원 등 5000여 명은 평택공장에서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고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총고용 사수의지를 다졌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7일 오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는 이에 앞서 오후 3시 30분부터 2시간 시한부 파업을 진행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정리해고 분쇄"ⓒ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이날 결의대회는 회사가 노동부에 정리해고 신고를 강행하기로 한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이자 '둘 중 한 명은 해고'라는 대량 정리해고안에 불안해 하고 있는 조합원들의 마음을 다잡고 노조간부들의 투쟁결의를 보여주기 위해 마련됐다. 노조가 '단결투쟁'을 조합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는 만큼, 사측도 집요하게 조합원들을 상대로 분열을 시도하고 있어 노사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기 때문.
노조에 따르면 사측 관리자들은 6일 밤 야간 출근거부 투쟁을 벌이는 조합원들을 상대로 도장을 받아 근무인정을 받으라며 조합원들을 회유하고 있고, 실제 이날 새벽엔 조합원 55명 이상이 조기 출근해 사측의 도장을 받고 근무인정을 받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노조는 결의대회를 통해 "사측의 회유와 압박에 넘어가면 안된다"면서 "단결투쟁만이 살 길"이라고 조합원들을 다독였다.
쌍용차 노조 한상균 지부장은 "이제 전쟁을 선포할 수밖에 없다"며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조합원들이 노조의 지침에 충실하게 따라야 한다. 사측의 눈치를 보며 나 하나만 살자고 한다면 승리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7일 오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열린 전 조합원 결의대회에서 노조 임원들이 붉은 손도장을 찍으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이날 결의대회에선 특히 쌍용차 외에 현대, 기아, GM대우 등 완성차 3사가 쌍용차 정리해고 투쟁에 공동대응할 것임을 선포해 앞으로는 쌍용차지부만의 투쟁이 아닌 완성차 4사의 공동투쟁이 기대되고 있다.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은 "울산에서 완성차 4사 위원장들이 모여 쌍용차 정리해고 투쟁에 공동대응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완성차 4사 뿐만 아니라 15만 금속노조 조합원, 80만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여러분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가 7일 오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쌍용차지부와 공동대응하기로 한 나머지 3사의 간부들도 함께 자리해 힘을 보탰다. 10여년 전 흑자부도, 해외매각 등으로 대량 구조조정 위기에 처했던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 그리고 최근 유동성 위험에 처한 GM대우 간부들은 하나같이 "단결투쟁"을 강조했다.
기아자동차 김종석 지부장은 "기아차 조합원들도 김영삼 정부가 기아차를 삼성에 인수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부도를 내 고통을 겪었다"면서 "지도부 지침에 따라 투쟁하지 않으면 더 큰 고통이 뒤따라온다. 지도부 중심으로 단결하면 모두 가정과 일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김태곤 수석지부장은 "현대자동차도 11년 전 자본의 회유에 넘어가지 않고 끝까지 투쟁한 동지들은 노조의 보호아래 함께 일터로 돌아왔다"며 "오늘 이후 회사는 더욱 조합원들을 교란시키겠지만 지도부 중심으로 뭉쳐야한다"고 주장했다.
GM대우 김준호 수석지부장은 "15만 금속노조와 완성4사가 함께 한다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1부 결의대회에선 한상균 지부장을 비롯한 노조 집행부 12명은 구속을 각오해서라도 정리해고를분쇄하겠다는 결의를 모아 '구속결단식'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손을 베어서 모은 핏물로 '정리해고 분쇄!죽기를 각오한 투쟁으로 우리는 이긴다'라고 씌여진 천에 손도장을 찍었다. 이어 12명의 현장 조직의장들은 삭발식으로 결의를 다졌다.
7일 오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열린'전 조합원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2천명이 넘는 정리해고를 앞둔 쌍용자동차 조합원. 이들은 7일 오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정리해고 철회, 총고용 보장"을 외쳤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오후 7시부터는 100여명의 조합원 가족들도 함께 하는 촛불 결의대회가 이어졌다.
쌍용차 조립4팀 고동민 조합원의 아내 이정아씨의 제안으로 60여 가족이 참여해 꾸려진 가족 대책위도 무대에 올라 정리해고 반대 투쟁에 힘을 더할 것을 밝혔다.
이정아씨는 "60여 가족들이 모여서 '남편이 싸우는데 아내들이 가만 있을 수 있느냐'고 의기투합했다"며 가족 대책위 결성을 소개했다.
그는 "대책위 만들면서 조합원 가족들을 만났는데 '우리가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냐'는 반응도 많아 안타까웠다"면서 "왜 아무것도 해보지도 않고 낙담부터 하는지 답답하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가족을 위해서 힘을 더 모아달라. 우리는 노동권이 있는 노동자라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자"고 호소했다.
쌍용자동차를 비롯한 금속노조 조합원들과 쌍용차 가족대책위가 7일 '총고용'을 요구하며 함께 촛불을 들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불타는 정리해고. 금속노조와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은 이날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고 투쟁을 선언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과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도 "정리해고안을 철회하고 총고용을 전제로 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쌍용차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쌍용차 노조 임원 및 참석자들은 횃불로 '정리해고 분쇄'가 적힌 거대한 상자를 불태우는 상징의식으로 결의대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쌍용차는 8일 정리해고안을 경인지방노동청 평택지청에 신고하는 등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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