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민중과 함께 하는 한의계 진료 모임 ‘길벗’, 보건의료단체연합, 충북대병원 소속 의료진들이 전면파업 45일, 굴뚝고공농성 54일째를 맞는 쌍용차 노동자들을 진료하러 왔지만 경찰은 의료진들을 막았다.

2시30분경 평택공장에 도착한 의료진들은 경찰에 의해 출입이 막히자 정문앞에서 “의사가 환자를 보러 가는 데 막는 이유가 뭐냐?”고 항의했다. 의사가 환자를 보러 가는 것, 가족이 가족을 만나러 가는 것 등 인간이 살아가면서 일반적으로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질문을 쏟아내자 경찰들은 그에 대해 답하지 못했다. 다만 경찰은 “건조물 침입죄이니 들어가지 못 한다” “(의료진들이)파업에 합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들은 “5공, 6공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전쟁터에서도 부상자가 발생하면 치료하는 데 평택공장은 전쟁터보다 더한 곳이다”며 경찰 책임자를 불러달라고 항의했지만 경찰은 “평택서에 가면 수사과장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지침대로 할 뿐이다.”는 말을 반복했다.

경찰이 출입을 계속 거부하자 이들은 “정문 안쪽 바로 앞에서 경찰들이 보는 가운데 진료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경찰이 “환자들은 정문 밖으로 나오라고 해라”고 말해 주위에 있던 쌍용차 노동자 가족들은 원성을 쏟아냈다. 가족들은 “정문으로 나오면 연행해 갈 것 아니냐?”며 경찰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결국 새끼손가락을 다친 노동자가 철문으로 된 정문 사이로 손가락을 내밀었고, 진료진들이 가방을 땅바닥에서 내려둔 채 의약품을 꺼내 환자를 치료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경찰은 1시간 만에 의료진들을 정문 안으로 출입시켰다. 그러나 경찰이 한의계 의료진을 다시 막아 이들은 3시50분경에나 공장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의료진들은 경찰이 보는 정문 앞에서 의약품들을 꺼내 환자 진료를 시작했고, 쌍용차 노동자들은 진료를 받으러 정문으로 몰려왔다.

노모, “어미가 아들 만나러 가는데 왜 안 되냐?”
경찰, 3일째 헬기 띄우고 유인물 살포

일요일을 맞아 오전10시30분경 파업 중인 가족을 만나러 온 노동자 가족들 역시 경찰은 평택공장 출입을 막았다. 가족들이 준비해 온 음식물도 일일이 검사했다.

경찰은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담배는 안 된다”며 담배 반입을 금지했고, 가족들은 “우리 남편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개, 돼지처럼 주는 밥만 먹고 살아야 하느냐”며 분노했다. 한 노모는 “밥줄 끊고 가둬놨으면 가족이라도 만나게 해 줘야 할 것 아니냐. 감옥에서도 땡볕에서 가족을 면회시키지 않는다.”고 호통쳤다.

경찰은 역시 “건조물 침입죄이므로 공장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불법이다”는 말을 되풀이했고, 가족들은 “대한민국 경찰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지 쌍용차 박영태, 이유일 개인 경비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아이들만 철문을 넘어 ‘아빠’를 만났고, 정문 옆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가족들은 그리움을 나눴다. 경찰이 때에 따라 아이들이 철문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아 아이들은 울음을 터트렸다. 경찰과 철문 사이로 ‘아빠’를 만나다는 것 자체가 공포였는지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들이 많았다.

또한 경찰은 오후3시경에 공장안에 헬기를 띄워 유인물을 살포했다. 법원이 지난 3일 업무방해 등 가처분’에 따른 강제집행 계고장을 고시한 날부터 3일 연속 헬기를 띄워 유인물을 살포하고 방송을 했다. 저공비행에 놀란 아이들은 울음을 터트렸고, 경찰의 행동은 노동자들을 자극했다.

평택경찰서장 총경 강덕중’ 명의의 유인물은 쌍용차 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법, 폭력 시위’로 규정하고 파업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형사상 처벌뿐만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이 청구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월급, 전세금, 차량 등 재산이 압류”될 수 있다고 해 현장에서 "경찰이 노동자들의 분노를 부추긴다"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한편, 가족들은 경찰이 사진 채증을 계속하자 “우리가 무슨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채증하냐”고 항의하며 사진을 지울 것을 요구했지만 경찰의 보호 아래 채증조는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