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혜정 기자 bhj@vop.co.kr

쌍용자동차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맞서 총파업을 선언한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가 금속노조와 함께 22일 '정리해고 분쇄, 구조조정 저지! 총력집중 금속노조 결의대회'을 열고 결사항전을 선포했다.

파업 이틀 째인 이날 오후 3시 쌍용차지부는 평택 공장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비상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에 굴하지 않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공장사수와 고용사수를 위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쌍용자동차 조합원 1천여 명을 포함, 금속노조 확대간부 등 3천5백여 명이 모여 연대파업을 비롯한 총력투쟁을 결의했다.

쌍용차지부 한상균 지부장은 "하라는 대로 일만하고, 시키는 대로 했던 노동자들이 벼랑 끝에 몰렸다"면서 "해고는 살인이고 가정파괴범이다. 더이상 인내할 수 없고 생존하기 위해 결사항전으로 원하청 공동투쟁으로 쌍용차 정리해고 분쇄, 쌍용차 정상화가 이뤄질 때까지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한 지부장은 "우리는 새로운 쌍용차의 전망을 세우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권은 우리의 외침과 주장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묵묵히 일만 했던 노동자들의 분노가 어디까지 불타오르는지 똑똑히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지부 김태곤 수석부위원장은 "쌍용차지부에 용역과 공권력이 투입된다면 금속노조 총파업을 통해 엄호해야 한다"고 말했고,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은 "금속노조 산하 4천여명이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고, 쌍용차도 그 일부일 뿐"이라며 "5-6월 상경투쟁을 통해 대정부 압박투쟁을 벌이자"고 독려했다.

굴뚝 농성자들 "승리하기 전엔 내려오지 않겠다"

이날 결의대회에선 열흘 째 70미터 굴뚝 고공농성 중인 쌍용차지부 김을래 부지부장 등 3명의 노동자들과 교신이 이뤄지기도 했다.

김을래 부지부장의 부인은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며 굵은 눈물을 흘렸고, 이를 지켜보던 참석자들도 하나 둘 눈물을 흘리자 공장 안은 금새 눈물바다가 됐다.

그는 "당신이 기약없이 굴뚝에 올라간 사실을 듣고 왜 하필 당신이냐고 투정하며 엉엉 울던 그 날이 부끄럽고 당신에게 미안하다"며 울먹였다.

이어 "경영부실의 책임을 왜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는 남편들에게 지우는 정부와 회사의 작태에 분통이 터진다"면서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당신의 투쟁이 헛되지 않고 꼭 승리해야 한다. 그리운 당신, 이곳에서 우리 가족이 함께 하는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김을래 부지부장, 정비지회 김봉민 부지회장, 비정규지회 서맹섭 부지회장 모두 "승리하기 전엔 절대 굴뚝에서 내려오지 않겠다"고 외치며 70미터 상공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며 손을 흔들었고, 참가자들도 눈물을 훔치며 '투쟁'으로 화답했다.

이날 결의대회에 앞서 오후 2시30분께 노조는 미리 준비한 컨테이너 4개로 정문을 막는 등 평택 본사의 전 출입구를 컨테이너와 자물쇠로 잠그며 본격적인 옥쇄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의 강경투쟁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예정된 정리해고를 강행한다는 방침이어서 노사간 정면 충돌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노조는 사측이 직장폐쇄를 강행할 시 용역과 공권력 투입에 대비한 연대투쟁을 금속노조 사업장들에 호소하고 있으며, 총파업 기간 동안 매일 공장별 결의대회 및 시내 선전전을 벌일 예정이다.

한편, 평택에서 결의대회가 열리던 시각 서울법원종합청사 별관 제1호 법정에서 열린 제1회 쌍용차 관리인 집회자리에서 이유일 공동관리인은 "노조는 채권단의 희생은 강요하면서 정작 채무자인 노조는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며 노조를 강하게 비난하는 등 정리해고를 둘러싸고 노조 측과 큰 시각차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