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꽂힌 가방을 둘러맨 권씨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택시타고 왔다며 새벽3시에 쌍용차 노조 문을 두드렸다.

총파업에 돌입하며 22일 낮1시까지 평택공장으로 모이라는 노조의 지침이 있었지만 권씨는 서둘러 파업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남양주에서 평택까지 1시간 걸려 택시타고 왔다는 권씨는 택시비로 “거금 8만원”이 들었다며 웃어버렸다.

아내에게는 “ '오빠 올라간다'는 단 한 마디 했다.” 그 한마디에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고생하라고 말했다. 그리곤 파업 가방을 싸줬다고 한다. 속옷, 티셔츠, 작업복 2벌… 권씨의 스피드한 행동에 어울리는 단출한 파업 가방이었다. 대신 자고 있는 10살, 8살 난 아들에게는 뽀뽀를 많이 해주고 왔단다.

일찍 오셨다는 물음에 권씨는 “노조로 빨리 와서 고생하는 동료들과 그냥 같이 있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제 입장에서는 굴뚝에 동료 3명이 올라가있고, 비도 많이 오고… 다들 집에 못가고 목욕도 못하고… 그냥 빨리 와야 할 것 같아서요.”라고 덧붙인다.

권씨, “정리해고 명단 봤냐?”
직장, “못 봤다”

권씨는 21일 직장에게 전화를 받았다. “너는 정리해고 명단에 있으니 희망퇴직원 써라”

그렇잖아도 직장에게 듣기 전부터 소문의 소문을 통해 마음도 뒤숭숭한 상태인데 직장이 기름을 부었다. ‘뻔히 아는 얘기’를 하는 직장이 얄미워 전화를 걸었다.

권씨는 직장에게 “정리해고 명단 봤냐”고 따졌지만 직장은 “못 봤다”고 말했단다.

“정리해고 명단에 있다고 자꾸 말하기에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더니 명단은 보지도 못했고 ‘누구를 통해서 통해서 들었다’를 반복했어요. 저는 직장에게 ‘당신이 보지 않은 이상 말하지 마라’고 했어요. 정리해고 명단은 아직 없습니다. 중간관리자 자기 살려고 하는 짓꺼리죠. 이렇게 사기를 죽일 필요는 없을 텐데…”

휴업조인 조립1팀 소속 권씨는 중간 중간 막노동도 하며 생계를 유지했지만 노조 일정이 있으면 열일 제쳐두고 왔단다. 노조 홈페이지에 들어가 노조 일정 체크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어버렸다.

“아직 정리해고 명단 나온 것도 없고, 누가 짤릴지도 모르지만 제가 짤리지 않아도 저는 파업에 함께 할 거예요. 노조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 모두는 같이 살아야 하니까요. 다 같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