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솥밥 먹고 산 가족들 아니냐, 함께 살자"

[현장-쌍용차 평택공장] 가족대책위 인간띠...사측 공장 진입 시작

<scRIPT language=javascript> function toggle(qaid) { if( window.document.all(qaid).style.display == "none" ) window.document.all(qaid).style.display = ""; else window.document.all(qaid).style.display = "none"; } </scRIPT> [3신:오전 11시 30분]
공장 울타리 사이에 두고 대치한 노동자들.."착잡하고 마음 아프다"

오전 9시부터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옆 공터와 후문으로 사측과 이들이 동원한 비해고 노동자들과 용역들이 배치됐다. 맨 앞에는 관리직 임원진들이, 그 뒤에는 생산직 노동자들이 섰다.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한솥밥을 먹고 산 동료들이 공장 울타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 난감한 듯 고개를 숙이거나 구호를 외치지 않는 노동자들이 다수였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한 노동자는 "착잡하고 마음이 아프지만, 우리도 어쩔수가 없다"고 말했다.

공장 안에서 바깥을 지켜보고 있는 조합원들은 "저기 김00 있네", "저기 구호외치는 것 이00 아니냐", "저 사람들 저기 가 서 있네. 허참..."이라며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방송차량에서 마이크를 쥔 한 조합원은 침통한 표정으로 목청이 터져라 호소했다.

"저 앞에 서 있는 분들 얼굴을 다 알겠어요. 왜 여러분이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하고, 왜 우리가 여기 서 있어야 합니까.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안으로 들어와 함께 해주십시오. 함께 하지 못할망정 역적들의 앞잡이가 되지는 마십시오. 저기 흩어져 계신 분들 그냥 집으로 돌아가시길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사측도 이에 질세라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시작했다.

곽상철 상무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옥쇄파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하자 공장 안에서는 "야 XX야. 너네들이 회사 망하게 해놓고 어떻게 그런말을 하냐"며 욕설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야 니들이 회사 망하게 해놓고 누구 탓을 하느냐?"
공터에 모여 있던 비해고 노동자들이 어느 순간부터 파업 철회 전면 조업을 외치기 시작하자 입술을 깨물고 조용히 정면을 응시하던 가족대책위 부인들도 분통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조합원들을 가장 흥분시킨 것은 사측에서 준비한 "물러가라"라는 구호였다.

사측과 비해고 노동자들이 팔뚝질을 하며 공장을 향해 "물러가라"를 외치자, 가족대책위 부인들은 "어디서 물러가라고 하느냐. 살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우는데 웃음이 나오냐"며 달려들었고 곳곳에서 산발적인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족대책위 이정아 대표는 "내 눈을 똑바로 보고, 부인들의 눈을 똑바로 보고 다시한번 말해보라"고 절규했다.

앞서 경찰은 공장과 공터 사이에 병력을 배치했다. 경찰은 선무방송을 통해 "양측간 충돌을 우려하고 있다"며 "질서유지 차원에서 병력을 배치한 것이지 공장 내 공권력 투입이나, 사측의 공장 진입을 돕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수차례 해명했다.

한편, 후문에서는 사측에서 공장 진입을 위해 준비한 갈고리와 밧줄이 발견되기도 했다. 1톤 트럭에서 수십 개의 밧줄과 갈고리 등을 도로 바닥으로 내렸던 사측은 다시 장비를 챙겨 어디론가 사라지기도 했다.

궐기대회를 진행한 사측과 노동자들은 오전 11시께 후문 4초소 방향으로 이동했다.




[2신:오전 9시 20분]
사측 공장진입 시작...가족대책위 인간띠

오전 8시부터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앞에는 상복을 입은 쌍용자동차 가족대책위 30여 명이 흰천을 들고 '인간띠'를 만들었다.

이들은 각각 장미꽃 한 송이와 색종이로 만든 바람개비를 들고 "함께 살자"고 호소하며 공장진입을 시도하려는 비해고노동자들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족대책위 앞으로 '자동차산업의올바른회생을위한범국민대책위원회'와 '쌍용자동차정리해고반대서민경제살리기범경기도민대책위원회' 소속 50여명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더불어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과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 창조햔국당 유원일 의원도 이들과 함께 했다. 이들은 오전 8시 10분부터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비해고 노동자들을 강제 동원한 폭력 조장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가족대책위 이정아 대표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사람답게 사는게 이다지도 힘든 것인지"라고 말을 잇지 못하면서 "눈물이 참 많이 난다"고 말했다.

임신 5개월에 접어든 이 대표는 한달 넘게 지속된 천막생활에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듯 부쩍 수척해진 얼굴위로 끝내 눈물을 떨궜다.

"사측에서 관리자들과 비해고자들을 동원해 공장을 정상화시키겠다고 합니다. 도대체 정상화가 무엇인가요? 수천명의 사람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회사가 정상화 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이 대표는 "저들에게 방패와 곤봉을 든 무장한 전경들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끝내 물러설 수 없는 가슴 절절한 절박함이 있다"며 "이 절박함 앞에 저들을 무릅을 꿇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절규했다.

오전 8시 50분께 기자회견 진행되고 있는 동안 사측이 동원한 비해고 노동자 수천명이 작업복을 입고, 정문 옆 공터로 진입을 시작했다.

공장 안에 있는 대책위 사람들은 사측이 동원한 사람들을 향해 "한솥밥 먹고 산 가족들 아니냐, 함께 살자"며 해산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하며 설득하고 있다. 이에 바깥에 있는 사람들도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가족대책위 일부도 이들을 따라 가면서 "함께 살자. 이러지 마시라"고 호소하고 있다.

한편, 공장 안에는 쇠파이프를 든 조합원들이 공장 담장 주변을 따라 배치되어 있고, 일부는 도장공장 위에 올라가 외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들을 지켜보고 있다. 공장 주변에는 8개 중대 경찰력이 배치되어 있어 공장주변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신:오전 7시 30분]
사측 공장진입 계획 문건 나와...긴장 감도는 쌍용차 평택

쌍용자동차가 16일 오전으로 예고한 '출근투쟁'을 몇 시간 앞두고 옥쇄파업 중인 평택공장에는 긴장이 감돌고 있다. 노조는 새벽까지 공장 주변 곳곳에 불침번을 세우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사측은 '회사회생'을 위해 정리해고에서 제외된 직원 4500명이 이날 오전 8시 30분 평택공장으로 출근, 조업 재개를 시도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측 물리력 동원 공장 진입 계획 문건 나와

사측은 "맨 몸으로 진입하겠다", "심한 물리적 충돌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노조는 사측이 물리력을 동원해 공장진입을 치밀하게 준비해 온 사실을 입증하는 '내 일터 찾기 계획(안)', '진입대오 인원 편성 및 역할과 임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입수해 공개했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사측은 비해고 노동자들을 3개조 16열로 편성, 갈고리와 포크레인, 지게차 등을 이용해 공장 울타리를 무너뜨리고 진입한다. 또 채증조도 함께 투입한다.

이 문건에는 각 상황에 따른 물리력 동원 수위와 방법은 물론 조편성 및 배치도, 공장 진입 경로 등이 자세히 기술돼 있어 군사작전 계획을 방불케 한다.



노조는 "사측은 공장담을 무너뜨리고 강제적으로 진입하는 계획과 예행연습까지 진행하고 있다"며 "노동자끼리 충돌을 야기하고, 공권력 투입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경찰은 경력 8개 중대를 공장 주변에 배치시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노조는 최대한 비폭력으로 이들의 출근투쟁을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노-노 충돌 상황이 벌어졌을 경우 사측과 정부가 노리는 이데올로기 공세에 말릴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그러나 사측이 중장비와 용역 등을 동원해 물리력을 행사하면서 진입했을 경우 대응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노조 측은 "사측이 용역 300여명을 1인당 20만원 씩으로 고용했다"고 밝혔다.

현재 공장에는 옥쇄투쟁 중인 조합원들과 연대단체들이 들어와 있는 상황이다. 연대단체들은 공장 정문 쪽에서 선전전을 벌이며 '출근투쟁'을 하려는 비해고 노동자들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본관에서 거의 뜬 눈으로 새운 가족대책위도 날이 밝으면서 공장 주변을 거닐며 긴장된 마음을 추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