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굴뚝 농성중인 쌍용車 노동자 아내 김지화씨ㆍ“막막한 생계 불안보다 부실경영 책임 떠넘기는 회사가 더 야속해요”“마음 아프죠. 아이들만 없었다면 나도 따라 올라갔을 거예요.”
쌍용자동차 노동자 서맹섭씨(33)의 아내 김지화씨(29). 남편 서씨는 공장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그리고 자신은 굴뚝 아래 가족대책위 천막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딸 은지(7), 아들 정준(3)이와 함께 힘겨운 싸움을 한 지도 벌써 두 달째. 가정형편은 말이 아니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적금을 깨고 보험을 해약한 지 오래다.
김씨는 인터뷰하는 내내 눈시울을 적셨다. 생계에 대한 절박함 때문이 아니다. 이 험난한 여정 끝에는 무엇이 기다릴까가 불안해서도 아니다. 부실경영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회사 측이 한없이 야속했기 때문이다.
“남편의 해고는 곧 가족 전체의 문제죠. 온 가족이 길거리에 나앉게 됐는데 집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남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김씨가 농성을 시작한 때는 지난달 중순. 남편 서씨가 굴뚝 농성을 한 지 며칠 뒤다. 남의 일인 줄만 알았던 정리해고가 자신의 일이 된 날이기도 하다. 김씨는 “남편이 정당하게 해고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가족대책위에 합류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남편이 왜 굴뚝 위에서 저 고생을 할까 이해를 못했다고 했다. 저러다 병이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도 했다고 했다. 회사 측이 정리해고 통보를 해 남편이 단식까지 한다고 하자 굴뚝 아래로 달려가 엉엉 울기도 했다고 했다. 김씨는 “하지만 지금은 남편을 이해할 수 있다. 남편으로 인해 비정규직·정규직 가리지 않고 모든 노동자들이 하나로 단결했고, 또 회사 측의 부당한 처사도 바로잡는 계기가 됐다”면서 “처음에는 내가 남편을 격려했지만 지금은 남편이 나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남편과 어쩌다 통화라도 하면 가족 걱정만 한다. 내가 걱정할까봐 힘들다는 소리를 일절 하지 않는다”며 “차라리 나처럼 울기라도 하면 마음이 덜 아플 텐데…”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남편이 ‘정리해고 대상자 1호’가 된 것은 노조활동을 해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라고 했다. 남편 서씨는 현재 쌍용차 내에 있는 비정규직회를 설립한 주인공으로, 현재 부지회장 직을 맡고 있다. 김씨는 “남편은 지난 3월 우선 해고 대상자로 정해졌으며 정리해고 통보도 제일 먼저 받았다”고 말했다.
아이들 이야기를 꺼내자 김씨는 또 눈물을 흘렸다. 아이들에게 파업 중인 공장은 놀이터가 됐고, 농성 중인 천막은 집이 된 지 오래다. 아이들은 회사에 오면 공장 굴뚝 위에 있는 아빠를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어 좋아한다고 했다.
김씨 가정 경제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 지 오래다. 직장에서 떠밀려나 신용불량자까지 된 남편에게 은행에서 돈을 빌려줄 리 만무하다. 결국 공과금 납부을 위해 결혼 예물을 처분했고,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돈이 되는 것은 모두 내다팔았다. 그래서 지금 집안에는 금반지 하나 없다. 자식들 앞으로 든 보험을 담보로 돈을 빌려 생활하는 처지다. 딸애가 좋아하는 피자 하나 돈이 없어 사주지 못했다는 김씨. 그는 “어른은 맨 밥에 간장 찍어 먹어도 되지만, 자식이 먹고 싶다는 걸 못해줄 때 정말 가슴이 미어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 안중면 꽃박람회에 갔을 때를 살면서 가장 행복했다고 기억했다. 가족 모두가 함께한 나들이였기 때문이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든든한 남편이 옆에 있어 더욱 좋았다고 했다.
김씨는 “회사는 같이 살자는 애절한 목소리마저 외면하고 있다”며 “회사 측은 부실경영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노조에서 근무형태 변경이나 무급휴직 등을 통해 2833억원을 절감하겠다는 자구안까지 냈지만 회사는 거부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협상장에 용역까지 동원하는가 하면 노조원 가족들의 절규마저 외면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남편이 추운 굴뚝이 아닌 따뜻한 집에서 편하게 자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어요. 여기에 하나 더 바란다면 쌍용자동차 근무복을 입고 저녁에 퇴근하는 모습을 보면 더 좋겠고요.”
김씨가 바라는 작은 소망은 바로 이것이라고 했다.
<평택 | 최인진기자 ijcho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