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형!
왜 대답이 없으십니까?
우리가 이렇게 애타게 부르는데 왜 대답을 안 하십니까?

형!
형은 노동조합 지침이라면 늘 앞장서서 우리와 함께 했습니다. 형님은 한 번도 노동조합 지침에 반대하거나 안 따른 적이 없습니다. 교육을 할 때에도 형님은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고 양해를 구해 늦게라도 형님의 자리를 지켜주셨습니다. 고객과의 약속이 없을 때는 제일 먼저 나와 우리를 반갑게 웃는 얼굴로 맞아주시던 분이 바로 형 당신이었습니다.

노동조합 교육이 끝나면 혹시나 식사는 거르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며 우리에게 밥 먹고 가라고 계속 말씀하던 분 역시 형 당신이었습니다. 늘 식사자리에서 술 한 잔 기울이며 ‘우리는 동지다. 노동조합만 믿는다. 미안하다. 고생한다’ 격려해주시고 저녁식사 값을 먼저 내려고 자리를 먼저 뜨셔 우리의 손을 부끄럽게 하신 분도 형 당신이었습니다.

언젠가는 창원에서 식사하다가 고객의 전화를 받고 울산까지 가셔야 한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시던 당신의 뒷모습을 기억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당신의 자리에서 형으로 동료로 모범조합원으로 모범사원으로 이제까지 열심히 생활하셨습니다.

형!
지금 어디 계십니까? 어디에 계시기에 이렇게 애타게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으십니까. 누가 이처럼 모범적이고 열심히 생활한 형을 혼자 차디찬 곳에 외로이 남겨 놓았습니까. 정리해고라는 단어 속에 형님과 우리는 생사로 나뉘었습니다. 누가 정리해고라는 단어를 만들었습니까. 형님을 죽음으로 몰아 논 정리해고라는 단어를 누가 만들었습니까. 이 악랄하고 더러운 자본이 형님과 우리를 영원히 갈라놓았습니다. 정리해고라는 단어를 쓰레기통에 쳐 박아버리고 저 악랄하고 더러운 자본의 아가리에 쳐 박아버려 당신이 우리 곁에 다시 살아 올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형!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전면파업을 시작할 때 형님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궁금했습니다. 이 파업투쟁에 참여 안하실 분이 아닌데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사측의 회유와 협박이 얼마나 심했으면 한 번도 노동조합 지침을 어긴 적이 없던 형님이 참석 못하셨는지, 형님이 심적으로 얼마나 괴로워하고 갈등했는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형! 그렇게 괴롭게 힘들었으면 늦게라도 우리 동지들 곁으로 오셔야지요. 사측의 강제 동원으로 공설운동장에 모여서 결의대회 할 때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얼마나 괴로우셨습니까? 그렇게 괴롭고 힘들면 전화로 말고 우리에게 달려오지 왜 혼자 그 괴로움과 고통을 견디려 하셨습니까? 왜 무엇이 미안해서 전화도 변변히 못하고 외롭게 그 고통을 혼자 다 짊어 지셨습니까?

형님 만날 때 마다 우리보고 동지라 말하지 않으셨습니까? 동지라면 힘들고 어려울 때 고통을 함께 나누고 아픔과 갈등도 함께해야 동지 아닙니까. 동지라고 말만하고 왜 우리의 마음을 이렇게 갈기갈기 찢어 놓고 혼자 먼 길을 가셨습니까?

형, 이제 정리해고나 산사람 죽은 사람으로 표현돼는 이 못된 잘못 된 세상에서 다시 만나지 말아요. 더러운 자본과 정권에 의해 동료가 동지가 갈라서서 갈등하는 사회에서 더 이상 만나지 말아요. 정리해고 없고 동료와 동지가 웃으며 소주 한 잔하며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살아 갈수 있는 세상에서 우리 서로 만나 형님이 좋아하시는 소주 한 잔 합시다.



형님을 이렇게 만든 사람들 우리는 용서 못할 것 같아요. 형님을 이렇게 만든 정리해고 절대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아요. 그 이유는 형님이 우리에 남긴 요구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형! 형이 늘 이야기 하던 우리 동지 맞지요. 그러면 동지들 믿고 편히 가세요. 다시는 형처럼 동지들을 사측의 회유와 갈등 속에, 괴로움 속에 혼자 외롭게 두지 않겠습니다. 다시는 형처럼 동지들 죽음을 맞이하게 외롭게 두지 않겠습니다. 반드시 승리해서 이 세상에 정리해고가 없는 일터와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반드시 건강하게 승리해서 형께 소주한 잔 따르겠습니다.

형, 하늘에서도 우리 내려다보며 형이 늘 했듯이 웃으며 지켜보며 ‘난 너희들 믿는다. 노동조합 믿는다’ 이야기해 주세요. 저희들 형님의 뜻 거역하지 않고 반드시 승리하고 노동조합 사수하겠습니다.

이제 편히 쉬세요. 저희가 정리해고 없는 세상 만들겠습니다. 일자리로 자본에게 협박당하거나 회유당하지 않는 세상 만들겠습니다. 자본에 의해 동료끼리 갈등하지 않는 세상 만들겠습니다.

이제는 편히 잠드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