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유령' 해고 명단 가지고 희망퇴직 종용

노조 "관리자들이 볼펜으로 작성한 명단 회수..노조 흔들기 수법"

최근 생산직과 사원급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신청을 받고 있는 쌍용자동차가 '유령' 정리해고 명단을 만들어 조합원들에게 희망퇴직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쌍용자동차지부는 21일 "현장을 순회하는 과정에서 조립라인 관리직 간부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조합원 명단을 가지고 희망퇴직을 종용하는 전화돌리기를 하고 있는 장소를 급습해 명단을 수거했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최근 생산직 및 사원급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신청을 받고 있는 사측이 관리직들을 시켜 조합원들에게 일일히 전화를 걸어 '정리해고 명단에 포함돼 있다'며 희망퇴직을 종용하고 있었다"면서 "오늘 수거한 명단은 제대로 된 명단이 아니라 중간 관리자들이 자의적으로 만든 명단이었다"고 말했다.

희망퇴직 신청기간 동안 사측이 조합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인사고과가 나빠 정리해고 명단에 포함됐으니 희망퇴사를 신청하라'고 종용하고 있다는 것은 사측의 전화를 받은 조합원들의 증언을 통해 이미 알려진 사실. 그러나 그 '명단'이 관리직들에 의해 임의로 만들어진 '유령명단'이었다는 것은 이날 처음 밝혀진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총 3장의 A4용지를 수거했고, 1장 당 40~60명의 조합원 이름이 볼펜으로 적혀 있었다"면서 "희망퇴직을 하겠다는 조합원들의 이름엔 형광펜으로 색이 칠해져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사측이 조합원들의 고과점수, 근태점수 등을 보고 무작위로 명단을 뽑아 전화를 걸고 있다"며 "어수선한 상황에서 전화를 받고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조합원들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노동부에 신고한 생산직 노동자 정리해고 인원인 2405명 중 1/3 인 800~1000명을 희망퇴직자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1차 희망퇴직 신청 기간이었던 18일을 앞두고 신청자가 별로 없자 주말 동안 조합원들에게 전화를 해 '명단' 운운하며 희망퇴직을 종용했고, 그 결과 18일에 희망퇴직 신청자가 무더기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15일까지 신청자는 120여 명에 불과했지만 주말을 지나 신청 마감일이었던 18일 신청서가 무더기로 제출됐고, 조합원 659명이 이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사측의 명단 유포는 전면적 투쟁 방해를 위한 전형적인 '흔들기' 수법이니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쌍용차는 이달 다시 25일까지 희망퇴직 신청기간을 연장시켰다. 노조는 회사가 희망퇴직 목표 인원을 채우기 위해 기간을 연장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희망퇴직 신청 반려자도 생겨


사정이 이렇다 보니 희망퇴직 신청을 했다가 반려하는 조합원들도 하나 둘 생기고 있다.

이날 오후 7시께 조립3팀 최아무개씨는 조립3팀 의장반 사무실로 찾아가 희망퇴직 신청서를 달라고 한 뒤 관리자들 앞에서 찢어버렸다.

아내와 사별한 후 초등학교 2학년 쌍둥이 아이들을 혼자 키우고 있는 최씨는 임금체불에 힘겨워 하던 중 조합원들 사이에서 떠돌고 있는 '명단'에 자신이 포함돼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희망퇴직 신청서를 제출한 케이스다. 그러나 최씨는 '아이들이 생각 나' 마음을 바꾸게 됐다며 "직장들이 정리해고 명단에 내가 포함돼 있다며 희망퇴직 신청을 강요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최씨에 앞서 조합원 김아무개씨도 신청서를 받아 찢어버리고 돌아갔다.

노조 관계자는 "희망퇴직 신청 반려자가 몇 명인지 정확히 파악되진 않았으나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