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에서 회사 기다렸던 희망퇴직자, 가족들
쌍용차 노사 대화 열리는 본관5층을 바라보는 사람들
2009-06-19 18시06분 정재은
1, 2차에 걸친 쌍용차 노사 대화 자리에는 사측, 노측 대표단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18, 19일 평택공장 본관 앞에서 희망퇴직자와 가족대책위는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사측을 만나기 위해 뙤약볕 아래서 목을 빼고 기다렸다. 그러나 박영태 공동관리인을 비롯해 중역들은 신분보장까지 요청하고 평택공장에 들어온 터라 사측을 만나긴 쉽지 않았다.
더욱이 노사 대화 자리가 서로의 입장차이만을 확인하고, 사측이 구조조정 추진 입장을 고수해 이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본관 밖에서 쭈그리고 앉아 “정리해고 철회되면 남편과 하루 종일 푹 자고 싶어요. 주말에 아이 데리고 놀러가고 싶기도 하고요”라고 말하며 대화 결과를 기다리던 가족들의 작은 소원은 산산이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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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가족들. "회사가 정리해고 철회했으면 좋겠어요" |
회사 만난다며 떠난 회사 다시 찾은 희망퇴직자 “우리가 바라는 건 정리해고 철회”, 퇴직금, 위로금 못 받아 “사기당했다”
이미 희망퇴직한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러나 희망퇴직한 4명의 노동자는 입장을 전하고 싶은 데 사측을 만날 수가 없다며 답답해했다. 이들은 모두 5월18일에 시행된 1차 희망퇴직 당시 회사를 떠난 사람들이었다.
4명의 희망퇴직자들은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평택 고용지원센터에 갔다가 동료들을 만나면서 뜻을 모으게 됐다며, 50여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서명에 사인을 했고, 희망퇴직자들의 조직을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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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를 전달하기 위해 회사를 다시 찾았다는 희망퇴직자가 언론을 향해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이날 희망퇴직자들은 회사측을 만나지 못했다. |
희망퇴직자들이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는 이유는 “동료들을 위해서 나이 든 내가 나가야지”하는 심정으로 공장을 떠나면서도 “정리해고가 반드시 철회되어 우리 동료들만큼은 정든 공장에서 예전처럼 즐겁게 살기를 바랬다”는 것.
도장2팀에서 26년을 넘게 일했다는 이광용 씨는 “1700여명이 넘는 사람이 눈물을 머금고 희망퇴직을 했다. 이 정도면 된 거 아닌가. 더 이상의 해고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희망퇴직자들이 들고 있던 서명 용지에 적힘 요구 사항은 그들의 진심을 엿보게 했다.
총 4가지의 요구사항으로 그들은 정리해고를 철회할 것과 노동자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관제대모, 공장진입을 중단할 것, 희망퇴직자들에게 지급하기로 했던 위로금을 지급할 것과 쌍용차 사태에 대한 정부 책임을 물으며 공적자금을 투입할 것을 요구했다.
근로기준법까지 어기며 지급되지 않고 있는 희망퇴직자들의 퇴직금, 위로금은 이들의 마음을 더욱 찢어지게 했다. 희망퇴직자들은 심지어 “사기를 당했다”고 표현했다. 희망퇴직을 해야 회사가 살아난다고 ‘강요’해서 회사를 나갔다며, “되돌아보면 이미 지불능력도 없었던 회사는 희망퇴직하라며 우리를 거리로 내몰기만 한 것이다. 언론에서도 봤다.”고 말했다.
회사가 퇴직금, 위로금을 지급하지 않으며 “노조의 전면파업으로 인해 생산 중단”을 근거로 든 것에 대해서도 희망퇴직자들은 반발했다. 이들은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야만 하는 정당한 위로금이 우리 동료들의 고통을 분담해서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가 희망퇴직 한 것은 동료들이 정리해고 되지 않고 정든 일터를 떠나지 말아야 한다는 진심어린 바램이었다.”고 전했다.
맨바닥에 쭈그려 앉아 정리해고 철회 대답을 기다리는 가족들
대화 첫날엔 가족대책위가 기나긴 파업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본관 앞으로 모였다. “궁금해서 왔다”는 비정규직 노동자 복기성 씨의 아내 전은숙 씨는 더운 날씨에 유모차에 탄 아이가 걱정돼 계속 부채질을 했다.
전씨는 “비정규직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라며 노사 대화가 열리는 본관 5층을 계속 올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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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 입구에서 노사 대화 결과를 기다리는 전은숙 씨. 본관 입구는 언론사의 취재로 붐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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