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통지서가 우편 등기로 집집마다 속속 배달되는 날 쌍용자동차 이유일, 박영태 공동관리인은 “법적 해고 확정 효력일인 6월8일 이후 합법적 수단을 통해 회사의 퇴거명령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며 “이는 공권력 투입을 요청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경찰병력 투입을 공식 요청하며 노조와의 대화를 전면 거부한 것.

공동관리인은 “지난달 31일 직장폐쇄를 했고, 시설물 보호 요청 및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으로 필요한 조치는 끝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2일 정리해고 대상자 1056명에게 해고통지서를 발송했으며, 5일까지 희망퇴직을 접수한 뒤 8일 해고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8일은 쌍용차가 노동부에 정리해고를 신청한 지 한달이 돼 법적으로 해고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이다.

쌍용자동차가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명령, 특별단체교섭 권고 사항조차 무시하고 결국 희생자를 불러올 수밖에 없는 공권력 투입을 선택한 것에 대해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쌍용차노조가 ‘노정교섭’을 주장하고 상하이차 인수와 관리, 감독을 하지 않는 정부 책임론이 제기 된지는 이미 오래되었음에도 정부는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상하이차 뿐만 아니라 투기자본에게 무분별하게 길을 열어준 정부에 대한 비판 또한 확산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쌍용차를 포함한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은 노동자들의 분노를 폭발시키고 있으며 대정부 투쟁으로 확산될 조짐도 있다.

범경기도민대책위, 범국민대책위 잇따라 출범
금속노조 평택공장 집회, 민주당 소속 도내 국회의원 입장 밝혀

정부의 묵묵부답은 과연 쌍용차 경찰병력 투입에 대한 지지일까. 그러나 여론에서 이미 쌍용차와 정부는 밀리는 것으로 보인다. 쌍용자동차가 직장폐쇄 조치를 취하면서 정리해고 철회에 대한 여론이 더욱 높아지고 있고, 직장폐쇄, 경찰병력 투입 조치에 노조, 시민사회단체, 정치권까지 가담해 쌍용차와 정부를 비판하고 있는 것.

경기지역 14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범경기도민대책위원회는 3일 출범식을 열고 “정부는 상하이 자본을 관리·감독하지 않은 것에 책임을 지고 조속히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정리해고 중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반대, 서민경제 살리기 범경기도민대책위원회’는 '정리해고 중단'을 촉구하며 "쌍용차가 진행중인 구조조정 계획의 부당성을 다각적으로 알리고 경기도민의 의지를 모아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을 포함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22개 노조, 진보정당,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일방적 정리해고 반대, 자동차산업의 올바른 회생을 위한 범국민대책위’도 3일 오전11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출범을 하고 쌍용차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했다. 이들은 “법정관리인과 정부, 채권단은 즉각 노조와 대화를 시작하고 쌍용차 처리의 해법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며 쌍용차사태뿐만 아니라 “자동차 산업의 올바른 회생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주당 경기도당 박기춘 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당 소속 도내 국회의원 16명은 3일 쌍용자동차 사태와 관련해 "일방적인 정리해고 추진에 분명히 반대한다"며 "경찰병력 투입을 자제하고 노사합의로 구조조정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평택시민은 물론 경기도민들은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쌍용자동차의 장래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도 쌍용차 파업참가자를 제외하고 2천여명이 오후3시 쌍용차 평택공장에 모여 '구조조정 분쇄 전국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들은 "사측이 직장폐쇄에 이어 정리해고 대상자 명단을 개별 통보하며 경찰병력 투입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정리해고 철회'와 '경찰병력 투입 중지'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