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에 대한 확신이 있다”

[인터뷰] 쌍용차노조 한상균 지부장

오늘이 희망퇴직 마지막 날이다. 노사 신경전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분위기가 어떤가

주말에 회사가 조합원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정리해고 될 바에야 차라리 희망퇴직하라고 협박했다. 회사는 5,200여명의 노동자 중 희망퇴직을 1,000명 정도 목표로 하고 있다. 많은 노동자가 희망퇴직을 거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늘 내 앞에서 희망퇴직 명단을 찢어버리며 함께 투쟁하겠다고 나선 현장 관리자들도 있다. 290여명의 협정근로자(노사가 협의한 상시근로자)들도 천막농성에 돌입했고, 파업 투쟁기금을 결의했다. 조합원들의 투쟁의지와 분노는 점점 올라가고 있다.

반면 장기근속자 위주로 회사의 회유와 협박에 흔들리기도 하는데 안타깝다. 개별 근로자로 존재했을 때 노동자는 나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내가 속해 있는 조립1팀의 현장 관리자 3명이 담당 팀장이 요구해 오늘 희망퇴직을 했다. 그들은 나에게 조합원으로써 충실하기보다 회사 ‘똥개’ 역할 한 것이 오늘처럼 이렇게 후회스러울 수가 없다고 말하며 어금니를 꽉 깨물고 회사를 나갔다.

이제 싸움이 본격화 될 것이다. 회사는 노조의 지침이 아니라 회사의 지침을 따라야지만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말할 것이다. 이미 다 예견한 일이다.

회사가 분사를 추진하고 있다. 노조는 분사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회사는 ‘생산대비 인건비가 높으며 고비용 구조다’라는 것을 근거로 분사를 추진하고 있다. 사업장까지 짜르겠다는 것이 분사이다. 회사의 감언이설이며 노동유연화 정책의 일환이다. 즉, 정규직 노동자들을 상대로 정리해고 당하기 싫으면 분사로 지원하라는 것인데 분사의 개념은 외주화된 도급회사(사내하청업체)이므로 사실상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가라는 말이다. 만일 이조차 거부하면 위로금 받고 희망퇴직을 하던지 아니면 최악의 경우 위로금 없이 정리해고 당하는 길 뿐이라고 협박하는 것이다. 조합원의 반을 짜르는 일도 서슴없이 하는 회사가 비정규직으로 바뀐 노동자들을 고용보장 할 것 같은가. 조합원들에게 약속한 대로 지부장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분사는 안 된다. 실천으로 보여줄 것이다.

일부 언론에선 노사가 대화에 나서라고 한다. 쌍용차 정문에서는 평택시민 일부가 나와 대화를 촉구하는 방송을 하고 있기도 하다

대화를 거부하는 쪽은 노조가 아닌 회사다. 노조가 몇 번에 대화를 요구했고, 중앙노동위원회조차 노사 현안문제를 단체교섭을 통해 중지를 모으라고 했지만 회사가 거부하고 있다. 회사는 쌍용차 회생을 위한 새로운 안이 없다는 것을 스스럼없이 공식/비공식적으로 말하고 다닌다. 법정관리하에 대리인 역할밖에 못하는 것이 현 쌍용자동차의 경영진이다.

용역이 들어왔다고 하던데

18일 50명이 들어왔다. 아직까지 큰 마찰은 없다. 법원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대량의 정리해고를 철회하라는 노동자의 요구는 무시하고, 수억의 비용이 들어갈지도 모르는 ‘깡패’인 용역 투입은 인정해 주고 있는 꼴이다. 이중적인 국가권력의 잣대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역시 총자본의 대변인이다.

대사회적으로 ‘먹튀자본’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상하이차는 51%의 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그렇다. 쌍용자동차의 경영파탄의 원인은 중국 상하이의 투자약속 불이행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인수시 약속한 10억 달러 투자약속은 헌신짝 버리듯했다. 또한 그동안 해외매각이 능사인양 해외매각정책으로 일관했던 정부정책의 파탄 또한 지적하지 해야 한다. 매각 당시 엄청난 반대 여론이 있었음에도 한국정부는 결국 해외 매각을 결정했다.

그러나 최근 삼일회계법인의 쌍용차 심사 결과를 보면 쌍용차의 계속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이는 청산의 배제 및 상하이 자본에의 면죄부 부여가 핵심이고 그 대전제는 2,400여명의 정리해고이다. 여전히 상하이 자본의 경영권 유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쌍용차에 분명한 회생 의지가 있다면 상하이 자본의 51% 지분 소각을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상하이 자본, 중국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나라 정부가 과연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의문이 든다. 대주주,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먼저 묻는 것이 당연한 수순 아닌가. 정리해고는 쌍용차 회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정리해고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법정관리 중인 쌍용차는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비정규직과 공동 투쟁을 벌이고 있다. 공동 투쟁의 원칙이 있다면

노조 규정상으로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쌍용차노조는 이미 실천적으로 원,하청 공동투쟁을 벌이고 있다. 비정규직이 더 이상 정규직의 방패막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지금 남아있는 300여명의 비정규직마저 대량으로 계약해지 될 가능성이 있다. 비정규직의 탄압과 대량의 계약해지, 폐업, 해고에 맞서 같이 싸운다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 해결에 공동으로 나설 것이다.

교섭 테이블과 관련해 노조에서 노조-정부(이하 노정)교섭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노정 교섭을 주장하지만 한정짓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책임 있게 나서는 것이 제일 중요하며 정부가 더 이상 쌍용차 노동자들의 고통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노조-회사-정부(이하 노사정)으로 쌍용차 사태를 해결 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말하고 있는 사실이다. 노조-회사-정부-채권단(이하 노사정채) 교섭으로 하던 노조, 정부의 정책을 대변하는 전문가들까지 포괄하던 노조는 이미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토론회, TV토론, 협의 등을 하자고 누차 말해 왔다. 반공개든 비공개든 정부가 책임 있게 나선다면 피할 생각 없다. 그러나 시간이 없어 협상이 되겠나 싶다. 노동자들의 벼랑 끝 전술을 오히려 회사가 열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투쟁 계획과 관련해 총파업, 옥쇄파업 등 다양한 말들이 있다

노조는 공식적으로 정리해고를 철회하지 않을 시 향후 ‘전면전을 하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또한 노동자가 쌍용자동차의 주인임을 선언하는 투쟁과 동시에 대 사회적인 요구를 걸고 투쟁과 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 적당히 투쟁할거면 시작도 하지 않는다. 정리해고는 가정파괴이고 살인이다. 결국 타협점을 찾기 쉽지 않은 투쟁이며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보장제도가 부실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직장에서 짤린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소위 ‘돈 많은 정규직의 투쟁’ 이라는 일부의 시각도 있다

쌍용자동차에 다니는 정규직 노동자라고 하면 평택시민들이 바라보는 눈길부터 달랐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삶은 편하지 않았다. 임금체불 수준은 2월 상여금, 임금 100%, 3월 급여 100%, 4월 상여금, 임금 100%이고 연월차수당 또한 지급되지 않았다. 총 600억 정도이다. 후생복지의 전면 중단으로 연간 손실액을 따지면 870억이 예상된다. 임금체불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족들이 늘고 있고 86%가 부채로 허덕이고 있다는 조합원 실태조사까지 나왔습니다. 이중의 생활고다.

노동자들이 그동안 한 것은 주야 맞교대로 온갖 생체리듬이 깨져가며 자동차를 만든 것 밖에 없다. 열심히 차를 만들다가, 어느 날 회사가 어렵다고 휴업에 들어갔고,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우리는 많은 것을 양보해 왔다. 그렇게 4년을 양보한 결과 우리에게 다가온 것은 생존의 낭떠러지에서 한발만 더 뒤로 물러나 달라는 것이다. 그러면 모두가 살수 있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 정규직노동자와 비정규직을 가르는 정부와 보수언론의 왜곡된 논리의 가장 큰 희생양이 바로 노동자들이다.

금속노조를 포함해 및 노동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금속노조에서 5월22일 확대간부 파업을 결의했다.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정리해고 완전 분쇄, 희망퇴직 철폐, 정규직-비정규직 총고용 보장,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투쟁을 좀 더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 시점에 금속노조 깃발이 같이 내려와 쌍용차노조 깃발과 함께 나부끼는 일일 것이다. 현재 요구되고 있다.

가족들이 아빠의 투쟁을 많이 이해해 주는지… 얼굴 보기도 힘들 것 같다

아내도 가족대책위에 결합해 정리해고 철회 싸움에 동참하고 있다. 남편을 많이 이해해 주고 있다. 중, 고등학생 아이들도 아빠를 이해해주고 있다. 지부장 취임하고 바로니까 대략 5개월 정도 집에 못 들어가고 있다. 아이들에게 ‘보고 싶다’는 문자가 많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