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업체 폐업이 3차례 있었는데 모두 노동조합과 관련돼 있습니다. 2005년 사내하청 지회를 만들고 공개활동 시작한지 이틀만에 조합원들이 주되게 있던 업체를 폐업시키고 43명 전원을 해고시켰고, 2007년에도 조합원들이 밀집해 있던 업체를 사장 건강상의 이유로 폐업한다는 공고 한장 붙이고 7명을 해고했고. 지난 해엔 대왕기업 노조선거에서 민주적 위원장이 당선되자마자 이틀만에 폐업시켜 21명이 잘렸습니다."자본가들의 '꿈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동희오토 공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기아자동차 '모닝'을 생산해 내는 이곳에 생산직 850명 가운데 정규직은 단 한 명도 없다. 죄다 1년 계약직 노동자들로 이뤄져 있다. 동희오토 공장은 설립당시 부터 무노조, 비정규직 공장을 목표로 만든 사업장이다. 98년 IMF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언제든 경제위기가 왔을 때 손쉽게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값싼 비정규직으로 채워 만든 '이윤극대화 프로젝트성 공장'이라는 게 동희오토를 바라보는 노동계의 시선이다. 그러다 보니 2005년에 만들어진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는 사측 입장에선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무리'인 것이다.
대표적 노동탄압 사업장인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해고자 심인호씨는 "동희오토는 업체 폐업을 통한 집단 해고나 금속노조 조합원에 대한 개별적 계약해지, 징계해고를 남발하면서 노조활동을 탄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경제위기 속 경차 수요가 늘면서 '모닝' 판매가 고공행진을 하자 사측은 시간당 생산대수를 32대에서 43대로 늘렸다. 9개월만에 노동강도가 40%강화된 것이다. 하지만 주야 2교대에 주야 특근까지 하고 있는데도 시급은 법정최저액인 3,770원을 넘어본 적이 없다.
심씨는 "동희오토 뿐만 아니라 현재 많은 사업장에서 노조를 불인정하면서 마구잡이로 자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금속노조가 나서서 제대로 된 싸움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박은 기본, 일방적 단협해지는 옵션..참신(?)했던 '야반도주'
13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실과 금속노조 공동주최로 '경제위기, 노동자 고통전담 증언대회'가 열렸다.ⓒ 민중의소리
13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실과 금속노조가 공동주최한 '경제위기, 노동자 고통전담 증언대회'에선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의 사례 뿐만이 아니라 유형별로 고통 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
1년 매출액만 160억 가량에 달하는 무선통신기기 제조업체인 자티전자 직원들은 자고 일어났더니 회사가 없어져 버린 황당무개한 일을 겪기도 했다. 사측이 3년 연속 적자 경영을 호소하며 38명의 직원에게 사직을 권고하자 노동조합을 만들었던 게 '화근'이라면 '화근'이랄까.
1월 20일 노조가 설립된 후 사측은 2월 2일 '수익구조개선'이라는 명목 하에 인천남동공단으로 회사이전을 발표했다. 서울 낙성대역 앞 10층짜리 사옥을 두고 인천 남동공단으로 간다는 소식에 조합원들은 황당해 했다. 이 와중에 노사교섭을 통해 사측은 2월12일 이전계획을 백지화하고 노조는 순환휴직을 하겠다는 데 합의했으나 사측은 10여일이 지난 2월 24일 합의를 파기하고, 25일 새벽 1시부터 5시까지 짐을 챙겨 인천 남동공단으로 옮겨버렸다.
자티전자분회 임동석 분회장은 "출퇴근을 어렵게 해 조합원들이 떨어져 나가게 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고 말했다. 그 뒤로는 탄압일색이었다. 조합 부분회장을 회유해 퇴사시키고, 조합 간부들은 줄줄이 대기발령, 분회장은 길거리 가판영업 시키다가 해고해 버렸다. 분회장에 이어 조합원 27명도 무급정직을 당했고, 비공개로 활동하던 여성 조합원 한 명은 신분이 탄로(?)난 즉시 해고됐다.
임 분회장은 "이광순 사장은 공공연히 '금속노조 씨를 말리겠다', ' 고등법원까지 어디 한 번 가보자'는 등 노조를 깨기위해 별의별 공갈, 협박을 일삼고 있다"면서 "21세기 대명천지에 이 같은 인물이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 건 대한민국의 수치다.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대규모 정리해고'라면 포레시아배기시스템코리아(주)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자동차 머풀러를 생산하는 포레시아는 지난 4월 27일 조합원 102명 중 55명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노동부에 신고했다. 이어 5월 6일엔 해고대상자 선정해 공고했다. 이에 따르면 1997년 8월15일 입사자 전원이 해고대상자에 속하게 된다.
여기에 사측은 '희망자에 한해 포레시아를 퇴직하고 대기포레시아로 신규 채용되는 기회를 줄 수 있되 1년 계약직으로 들어살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대기포레시아는 이승규 대표이사가 소유하고 있는 또 다른 법인체다. 대기포레시아 노조는 한국노총에 가입돼 있다.
포레시아지회 조합원 이민혁씨는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시키고, 노조도 금속노조는 깨고 한국노총 하나만 살려놓겠다는 의도가 뻔하다"면서 "사측은 조합원들에게 '지금 희망퇴직하면 2년 뒤엔 회사 입사시켜주겠다, 조합이 100%지는 게임이다. 너만은 고용보장 해준다'는 등 갖은 회유와 협박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에 넘어가지 않고 우리 일자리는 우리가 지키겠다"고 말했다.
(주)두산이 동명모트롤(주)를 인수해 만든 두산모트롤은 지게차, 유압장치 등을 생산하고 있는 회사다. 동명모트롤지회 최은석 교선부장은 2008년 두산이 동명모트롤을 인수하면서 노조에 노사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동명모트롤을 인수한 두산은 임단협 교섭에서 부려 28개조항의 단협조항을 수정할 것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해 온 노조에 대해 교섭을 제대로 하지도 않은 채 지난 해 10월 15일에 일방적으로 단협해지를 통보했다. 사측은 현재까지 노조의 특별교섭을 전면 거부하고 있고, 임원 및 간부 20여명에 대해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있다.
최 교선부장은 "다른 사업장에서도 사측의 일방적인 단협해지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노동계나 사회 일반에서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며 "노조활동의 결정체인 단협을 한 순간에 없애 버린다는 건 노동3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현재 2405명 정리해고 계획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쌍용자동차지부, 사측으로부터 40%의 직원에 대한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를 통보받은 동서공업지회, 체불임금 살업장 KMH분회 등에서도 경영위기를 앞세운 사측의 탄압에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고발했다.
금속노조 남택규 수석부위원장은 "경제위기 상황을 빙자한 노동탄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노동법개악저지, 노동탄압 중단, 정리해고 분쇄 등 노동자들의 요구를 투쟁으로 쟁취해 내자"고 당부했다.